자신의 뇌를 골고루 한껏 사용하는 창작인 – 정재승

자신의 뇌를 골고루 한껏 사용하는 창작인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무용가 안은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창의적인 예술가 중 하나다. 그가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보인 창의성의 원동력은 그가 입고 춤추는 색동옷만큼이나 다채롭다. 그는 끊임없이 한국 사회의 다양한 일상에서 영감을 얻고, 심지어 엉뚱한 곳에서까지 창작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이렇게 해서 할머니의 몸빼 바지와 고속버스 춤은 근사한 무용이 되었고, 놀이동산의 삐에로 춤은 무대의 예술로 재탄생되었다. 

 

그가 이처럼 세상의 모든 곳에서 창작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는 것은, 그를 아는 누구라도 동의하듯, 그가 세상을 수수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편견과 선입견, 상식이라는 시선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그는 어느새 예술가의 눈을 갖게 됐다. 

 

게다가 그는 누구와도 소통한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부터 여든이 넘은 어르신들까지, 한시간만 그와 대화하면 모두 그의 친구가 되며, 동시에 창의적인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예술의 원천이 기꺼이 되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이렇게 발견한 영감을 치기어린 재주로 소모하지 않고, 치밀한 논리와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이루어진 완벽한 구성에 녹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깊은 예술혼은 바로 여기서 발견된다. 누구라도 경박하다고 느낄법한 것에서 가장 숭고한 예술혼을 이끌어내는 것! 뇌과학자 관점에서 봤을 때, 그는 세상에 몇 안 되는 ‘자신의 뇌를 골고루 한껏 사용하는 창작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