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안은미 – 안호상

내가 만난 안은미

안호상(전 국립극장장)

 

안은미의 공연은 매번 신선한 자극을 선사합니다. 관객을 자극하는 것, 이보다 중요한 공연의 역할이 있을까요. 안은미, 1996년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우리시대의 춤’에서 처음 그를 만났고  2003년, ‘춘향’으로 다시 만났습니다. 파격적인 형식으로 재해석된 ‘춘향전’의 강렬한 인상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습니다. 전통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보존하고 존중하는 차원을 넘어서, 움직임과 속도를 달리하며 전통이 새로운 창작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더군요. 한국적인 것, 전통이 오늘의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새로움이라는 것을 그때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서울문화재단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안은미와 다시 조우했습니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의 새로운 예술감독을 모색하던 중 그가 떠올랐고, 이 축제를 새롭게 포지셔닝할 수 있는 적임자라 생각했습니다. 공연기획자로서 제가 주목한 관점은 오로지 ‘관객’. 그가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떤 반응을 일으키고, 어떤 새로운 에너지를 전달할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변화의 아이콘 안은미라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그가 하이서울페스티벌 봄 축제의 예술감독으로 서울시 공무원들 앞에 처음 섰던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안은미가 축제프로그램 발표를 위해 들어서자, 시청 회의실은 놀라움과 긴장감, 걱정스런 표정으로 순간 바뀌었습니다. 그의 외모에 모두가 놀란 탓이죠. 그러나 그렇게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2008년. ‘궁’을 주제로 펼친 하이서울페스티벌은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로 서울광장 ‘5월의 궁’은 인산인해를 이뤘고, 도시는 게릴라 퍼포먼스·붐업행사와 함께 핑크빛으로 물들었습니다. 

 

기획자와 예술가의 관계로 오랫동안 바라본 안은미는 파격적이지만 또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본질을 내재하고 있지만, 그에게서 도출되는 것은 가장 현대적이고 전위적이지요. 자유분방한 그가 단원을 키우고 훈련시키는 과정을 보면 그는 엄격한 교육자입니다. 작품 주제를 잡고 언론과 소통하는 모습은 가히 천재적이고 확고한 진정성이 확인됩니다. 그러나 기획자로서 그와 마주할 때는 또 다른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와의 대화는 늘 유쾌해서 그가 냉정하고 두뇌회전이 빠르다는 것을 잊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질적인 모습이 그를 더욱 아방가르드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의 작업들은 꾸준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예술가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뛰어넘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예술가를 객석으로 나오게 하고, 관객을 무대에 오르게 했습니다. 관습을 무너뜨리는 과정 자체는 하나의 퍼포먼스가 되어 사람들을 열광케 합니다.

 

안은미가 새로운 작품을 선보입니다. 국내외를 누비며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신작을 내놓는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 사회에 커뮤니티 댄스 붐을 일으킨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에 이어, 지난해부터는 사회적 소수자와 손을 잡고 안심·대심·방심 3부작을 선보입니다. ‘대심땐쓰’는 저신장 장애를 가진 출연자들과 함께 합니다. 사람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안은미의 인간적인 시선을 함께 나눠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