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파격과 도발 – 이창기

2017.05

안은미 신작 ‘대심땐스’ 축하멘트

이창기(마포문화재단 전 대표이사)

“기발한 파격과 도발적인 자유로움... 강렬한 상징성과 유쾌한 감동!”

안은미 감독의 신작을 접할 때마다 관객의 입장에서 느꼈던 나만의 관전평은 늘 이런 수식어들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연관람을 앞두고 미루어 짐작하고 예측했던 내 나름의 심미적 관점과 공연의 기준점들은 무대막이 내려지는 순간 참으로 무참하게 무너지고 마는 황당한 경험을 남겨주곤 했기 때문이다. 도발과 파격을 감행하는 듯하면서도 내면에 정제된 규칙성과 질서, 그리고 자유로운 몸의 표현들은 관객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혼미함과 신선한 몰입, 중독성 높은 감동으로 기억되게 하는 큰 마력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창의적 해체와 분절, 그리고 재생된 즉흥의 결합은 때론 새로운 환상과 강렬한 에너지로 때론 카타르시스적 진한 감동의 시그널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데 충분했다. 한국적 전통미와 무속적 신비감을 살리면서도 역설적으로는 동시대적 컨템포러리의 절묘한 조화를 이뤄내는 그만의 작품세계야 말로 그간 유럽과 세계 각국에서 인정한 안은미표의 독창적인 브랜드 파워가 아니었을까?

 

안감독의 무한한 창의적 유전자를 빗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빡빡머리(민머리), 땡땡가라(물방울 무늬)’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짓궃은 농을 걸어 보기도 했지만,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몸의 원초적 기호로 재해석하는 그만의 동물적 안무감각은 한국의 ‘피나바우시’라고 호칭될 만큼 미래지향적이고 탁월하다.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안감독의 작품성은 10여년전 초연된 ‘심포카 바리’에서 유추해 볼 수 있었는데, 원로 평론가 고 박용구 선생님께서 대본을 쓰신 이 작품은 선생님이 새로운 예술 트랜드로 주창하신 ‘심포카(symphoca)’ 즉 심포니아트(symphonic-art)라는 시대정신이 반영된 작품으로 기억된다. 이후 안은미 감독은 춤과 영상, 음악, 연극적 요소 등 단순히 장르간 융합에 국한하지 않고, 춤을 사람과 사람의 연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점차 승화시켜 나갔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그의 작품에서 가장 큰 오브제는 역시 사람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일상적 사람들, 그 평범함 속에 무용의 예술적 가치를 녹여내는 절묘함에 관객의 시선과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고 마는 것이다. 심포카의 융합은 무용수와 일반인이 한 무대에서 관객과 하나되는 그야말로 사람 냄새나는 절정의 융합예술 미학이라 할 수 있다.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짧지만 강렬하게 관객들을 무장해제 시킨 ‘1분 59초’를 비롯해서 엇박자의 중년 아저씨들이 출연한 ‘무책임한 땐쓰’, 막춤 할머니들의 ‘조상님께 바치는 땐쓰’, 생기발랄 청소년들과의 ‘사심없는 땐쓰’ 등 연작 시리즈를 통해 복고적이고 촌스러운 듯하지만 언제나 팔딱대는 싱싱한 날 것의 이미지로 심포카의 유쾌한 감동을 전해줬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술 더떠 장애우들이다.

 

이미 ‘안심땐쓰’에서 우리 또는 우리사회가 방치해온 시각장애에 대한 관념적 편견을 허물어 트린 파격이 있었지만, 이번 작품 ‘대심땐쓰’가 전해 주는 또 다른 메시지는 무엇일지 무척 기대된다. 공연 타이틀과 같이 ‘큰 大 마음 心’ 커다란 마음으로 공연무대를 넘어 더 큰 의미의 세상을 향해 온몸을 던지는 안은미 감독의 도발적 몸짓과 외침이 아닐지…

 

훌륭한 작품을 제작해 주신 안은미 예술감독님을 비롯한 안은미 컴퍼니 단원분들에게 큰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특히나 어려운 여건에서도 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무대에 서주신 장애우분들, 또한 이번 공연을 열어주시고 좋은 작품 제작을 위해 힘써주신 예술의 전당 고학찬 사장님과 스텝분들께도 관객의 입장에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